이리저리 지저분하게 엉켜있는 곱슬한 더티블론드는 안에서부터 어떻게 뭉친 것인지는 몰라도 빗으로는 도저히 해결되지 않는다. 억지로 빗어주려 했다가는 빗만 부러져 나갈 뿐, 소득은 기껏해야 머리에 붙어있던 먼지덩어리들을 조금 털어내었다는 것 정도겠다. 항상 무기력하게 쳐진 눈꼬리와 눈썹은 그를 좋게 말하자면 제법 순해보이게 하지만, 대놓고 말하자면 아무 생각 없는 듯 보이기도 한다. 갈색 눈동자 역시 무기력하게 풀려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더더욱. 뼈가 조금은 비뚤어진 것이 눈으로 보이는 코가 그 두 눈 아래 위치해있다. 왼쪽 귀에만 두 개의 피어싱 구멍이 뚫려있고, 유독 큰 앞니 두개 탓에 살짝 들린 윗입술을 습관적으로 우물거리곤 한다. 실내에서는 민소매 티 위에 재킷을 대충 걸치기를 좋아하고, 운동화 안쪽에는 항상 깔창을 한 장씩 더 깔아 신고 다닌다. 곤란해지거나 생각에 빠지면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꼬는 것은 습관.
재스퍼 힐은 비굴한 아첨꾼이다. 궤변, 허언,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되는대로 늘어놓으며 제멋대로 굴다가도 제게 상황히 좋게 흘러가지 않는다 싶으면 곧장 꼬리를 내리고 기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제법 대들어보는 듯 해도 결국 그는 겁 많은 쥐새끼일 뿐이다. 불리한 상황이 오면 배알도 없이 아부를 떨어서라도 상황을 모면하는 꼬라지에 누군가는 더럽고 한심하다 침을 뱉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쩌랴, 그것이 가진 것 하나 없는 그의 살아가는 방식인 것을. 나름대로 구석에 내몰리면 고양이를 물 줄도 아는 쥐새끼니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할까. 그는 무시당하고 욕먹을지언정 누군가에게 크게 밉보이길 원치도 않는다. 우선 본인이 가벼운 성격인지라 다른 이를 그렇게 미워할 줄 모르기도 하고 그럴 필요도 없다 여기는 편인데다 도리어 제가 미움받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호기심이 넘쳐 이리저리 말을 걸어 찔러보기를 좋아하는 탓에 귀찮게 여겨지는 경우는 많지만, 깊게 미움당하는 것은 또 다른 얘기임에도 불구하고 호기심과 피해망상 둘 모두 버리지 못해 발전없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중이다.
- 머리를 꼬고,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
- 낮은 교육수준.
- 약간의 피해망상.
-안전 불감증.
- 주의력 결핍.
- 원치는 않았지만, 사이비에 가까운 종교에 빠져든 할아버지의 영향을 다소 받음.
- 가장 오래 일한 것은 최근까지 하고 있던 작은 식당 서빙.
- 번 돈은 어머니의 병원비와 약값으로 대부분이 빠져나감.
- 취미는 보드타기.